감상[읽고적는글]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김애란 - 2007.03.13
losenvex
2012. 2. 13. 14:01
"복어에는 말이다."
아버지가 입술에 침을 묻혔다.
"사람을 죽이는 독이 들어 있다."
"........"
"그 독은 굉장히 무서운데 가열하거나 햇볕을 쬐도 없어지
지 않는다. 그래서 복어를 먹으면 짧게는 몇초, 길게는 하루
만에 죽을 수 있다."
나는 후식으로 나온 야쿠르트 꽁무니를 빨며 아버지를 멀뚱
쳐다봤다.
"그래서요?"
아버지가 말했다.
"너는 오늘밤 자면 안된다. 자면 죽는다."
"뭐라고요?"
"죽는다고."
나는 아버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버지는요?"
"나는 어른이라 괜찮다."
아버지는 두툼하고 부드러운 솔에 거품을 묻힌 다음, 내 뒷덜미에 담뿍 발랐다. 간지러운 느낌 때문에 고추 끝이 찡했다.
"어머."
아버지가 말했다.
"그게 네 엄마가 내게 건넨 첫마디였지."
자신감을 얻은 아버지는 다소 과감하게, 마싸지의 범위를
넓혀간다. 그러나 손끝은 여전히 바들거린다. 아버지의 손이
지나는 곳마다 여자의 가려움과 붓기는 사라진다. 여자는 계
속 감탄하며 외쳐댄다. 어머, 어머.
"그날 이후로 당신이 보고 싶을 때마다......온몸이 가려워
지곤 했어요."
고요함. 그리고 오래도록 기다려온 입맞춤. 말캉 두사람의 입술이 겹친다. 순간 아버지의 머리 위로 수천개의 비눗방울들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나풀나풀. 우주로 방사되는 아버지의 꿈. 그리하여 투명한 비눗방울들이 낮꿈처럼흩나렸을 때. 싱그러운 비놀리아 향기가 밤하늘 위로 톡톡 파랗게 퍼져갔을 때.
"바로 그때 네가 태어난 거다."
나는 마구 콩닥이는 가슴을 안고 소리쳤다.
"정말요?"
아버지가 담담하게 말했다.
"거짓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