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읽고적는글]
우우, 널 버리고 싶어 ㅡ 최승자
losenvex
2012. 12. 21. 22:53
우우, 널 버리고 싶어
식은 사랑 한 짐 부려놓고
그는 세상 꿈을 폭파하기 위해
나를 잠가 놓고 떠났다.
나는 도로 닫혀졌다.
비인 집에서 나는
정신이 아프고
인생이 아프다.
배고픈 저녁마다
아픈 정신은
문간에 나가 앉아,
세상 꿈이 남아 있는 한
결코 돌아오지 않을 그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린다.
우우, 널 버리고 싶어
이 기다림을 벗고 싶어
돈 많은 애인을 얻고 싶어
따뜻한 무덤을 마련하고 싶어
천천히 취해 가는 술을 마시다
천천히 깨어 가는 커피를 마시면서,
아주 잘 닦여진 거울로 보면 내 얼굴이
죽음 이상으로
투명해 보인다
ㅡ 최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