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읽고적는글]

<피터팬 죽이기>, 김주희

losenvex 2012. 12. 21. 22:59

사랑이나 죽음이나 주변에 쓰레기처럼 굴러다니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랑이 재활용 쓰레기인데 반해 죽음은 폐기 처분용이다.

내 애정을 얻어먹었던 사람들은 각자의 길로 떠났다. 피테쿠스가 뚱의 등을 가리키며 가혹 행위를 당한 흔적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버려진 것 자체가 가혹행위라는 생각을 했다.
'내 영혼의 따뜻했던 날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언제 한 번 내 영혼이 따뜻했던 적이 있었던가.

승태는 서점에서 책을 훔쳤다. 그 돈을 영길이가 물어주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렇지만 승태가 바라던 바는 아니었다. 승태는 감옥에 가려고 했다. 이유는 겨울이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감옥은 따듯할 테니까. 굶지 않아도 되고."

나는 잠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영길이에게 전화를 걸어 혼자 다니는 사람과 혼자 남겨진 사람의 차이점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더 자세히 들어가면, 의지로 혼자 다니는 사람과 의지에 상관없이 혼자 혼자 남겨진 사람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전자가 스스로 외로움을 선택한 반면, 후자는 외로움을 강요당했다. 후에 외로움이 수류탄으로 변해 이 두 부류가 자폭하게 될 때, 전자는 자신의 죽음을 자살이라 하고 후자는 타살이라 한다. 

"형은 반칙하고 있어."
나는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혼잣말을 했다. 정우 형은 자신이 반칙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정우 형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다만 반칙을 하기 좋은 위치에 태어난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