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읽고적는글]

<퍼레이드> 요시다 슈이치

losenvex 2012. 12. 21. 23:02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야기해도 괜찮은 것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렇게 순조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도.

"그 후배란 사람 근성 있어?"
"근성......? 굳이 말하면 없는 편일걸요."
"그럼 당연히 귀찮지."
"네?"
"근성 없는 사람한테서 사란한다는 고백을 받으면 귀찮다는 뜻이야."

과녁을 빗나간 화살은 오락장 아주머니처럼 얼른 빼서 손님에게 되돌려주면 그만이다. 손님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화살이 뽑히면 자기가 과녁을 잘못 조준했다는 걸 이해하게 될 테니까. 그런데 세상에는 언제까지고 잘못된 화살을 꽂힌 채로 내버려두는 여자들이 많다. 그러니까 손님 쪽에서는 경품이 나오기를 기대하게 되고, 어뚱하고 터무니없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고토는 어릴 적부터 누구에게나 예쁘고 귀엽다는 칭찬을 들으면서 자랐고, 학교에서는 남학생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고토에게는 확실히 그런 인생을 살아온 여자만이 가질 수 있는 낙천성이 있다.

"웃지 마! 난 말이야...... 누군가 나에게 의지할 때...... 진심으로 나에게 의지하려는 누군가가 있을 때 사람들은 그걸 눈치 채지 못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아니 의식은 하겠지만, 그 사람이 얼마나 진지하고 절실하게 기대고 싶어하는지는 알 수 없는게 아닐까?"

설명하자면 나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인데도 어디를 돌고 돌다 그렇게 되는지, 주위 사람들에게는 누군가를 배려해서 한 행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모두라니 누구를 말하는 거지?"
"모두가 모두죠. 미라이, 고토, 요스케 형도 알고 있지 않느냐는 뜻이에요. 난 잘 모르겠어요. 서로 거기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어서."
아주 귀찮다는 말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