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바라보는곳]

대선과 여성

losenvex 2012. 12. 25. 03:02

이번 대선만큼 '여성'이 정치의 도구로 전락한 적이 있을까.

여성이란 단어가 강조될수록 여성의 인권이 그만큼 하락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여성'은 일반적인 집단에서 남성이 아닌 구성원을 구분하여 차별할 때, 사용되는 단어다. 

CEO와 '여성'CEO,
검사와 '여'검사,
대학생과 '여'대생,
공무원과 '여성' 공무원...등,

직업, 직위에 여성을 붙임으로써 남자들은 지속적으로 여성을 비주류로 분류하며 차별해왔다.

'여성'이라는 단어를 붙임으로 인해, 
동등한 조건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위치와 성공을 달성한 사람들이 그 결실의 가치를 훼손당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결과론적 평등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차이를 인정하여 여성에게 차별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급진론적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국정원 사건을 바라보건대, 동등한 국정원 직원임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느니, 감금을 당했다느니 하는 여성 차별적 발언에 화가 나버렸다.

당신이 정말 그 국정원 직원이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한다면 그 대상이 남자였을때도 동등한 감정을 가져야 한다.

한 '남성'국정원 직원이 경찰과 선관위 직원이 무서워 누나와 엄마를 부르고, 자신의 손으로 문을 걸어잠구는 것을 보고 그 남자가 참으로 무서웠겠구나, 저 남자는 감금을 당했구나고 생각해야 한다.

성별만 바뀌었음에도 자신의 생각이 변했다면 당신은 아직 남녀를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진정 남녀 평등을 생각하고 있다면,

기사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왜 국정원이라는 국가 핵심기관에 들어가고도 며칠 째 방에 갇혀 인터넷을 해야하는 저 직원은 남자가 아니고 여자인가?"
여야 하지 않을까.

여자는 연약하지 않다.
여자는 무능하지 않다.

국정원 직원을 연약하게 만들고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의식하게 되는 작금의 상황이,
나는 정말 부끄럽다.

나는 당신이 '여자'로 불리지 않기 바란다.
당신은 대학생이고, 직장인이고, 검사고, 공무원이다.
당신은 여자이기 전에 사람이다.
차별받지 않고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덧,
'레이디 퍼스트'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미처 제거되지 않은 지뢰를 밟기 싫었던 남자들이 여자를 앞에 걷게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난 당신이 이 말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