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먹고사니즘]

chanel 사는 남자.

losenvex 2013. 3. 2. 02:30

[샤넬 사줄 수 있는 남자]


이것은 내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작년, 이 맘때 약속이 있었다.


"샤넬을 입는 여자를 만나자, 그렇지 못하면 사줄 수 있는 남자가 되자."


일 년이 지난 지금,

샤넬을 입는 여자를 만나진 못했지만 샤넬을 사줄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


그렇게...


내 첫 샤넬 선물은 어머니께 돌아갔다.

지금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샤넬이 전해질 때, 부모님을 모두 모시고 일부러 아버지께 드렸다.

어머니께 직접 드리라고,


아버지는 "이게 그 명품이냐?"고 물으시더니,

마치 생일선물 뜯듯이 내용물부터 확인하시고는 "이쁘네" 하셨다.

어머니는 아들의 첫 명품 선물이 상처라도 입을까봐 안절부절하다,

거친 아버지의 손에서 빼앗듯이 지갑을 건네 받았다.


꼼꼼히 지갑을 살피던 어머니도,

"예쁘네"하시며 계속 고마워하셨다. 마침 쓰던 지갑이 다 헤졌다고,

새 것이 필요했는데 좋은 거 사줘서 고맙다고...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난 기쁘기도 했고, 웃기기도 했다.


[우리 부모님도 남들과 같은 사람이구나, 남자고 여자셨구나...]


나와 누나는 지금까지 명품을 써본 적이 없다.

심지어 유명 메이커도 신경써서 사본 적이 없다.


사치품이고, 분수에 맞게 사느라 참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굳이 명품을 쓸 이유가 없었던 거다.

남들이 쓰는 지갑, 가방, 옷 신경 써본적이 없다.

그냥 그런 제품을 사는 사람이 있고,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구나 했을 뿐이다.


왜 그랬는지 따져보면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남들과 우릴 비교한 적도 없었고, 명품쓰는 사람을 깎아내린 적도 없었다.

비싼 옷, 비싼 음식을 사주지 못한다고 미안해 하신적도 없었다.

당신들 역시도 호화롭게 사는 것에 대한 미련을 가진 적도 없었다.


나와 누나가 값비싼 생활을 한 적 없었음에도 불만이 없던 건 그런 연유였을 것이다.

살면서 누군가를 부러워 할 일이 없었던 거다.


그렇게 살아온 지금,

지갑을 받은 엄마, 아빠의 모습은 나는 본 적 없던 모습이었다.


[우리 엄빠도 사람이었다.]


자식이 사준 지갑 하나에 서로 좋아하고 

명품이란 것에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신기해하는,

왜 좋은지는 모르겟지만 비싸니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한없이 고마워하는...


나 때문에 참아온 거다.

아들 키운다고 당신들의 욕망을 모두 감춰왔던 거다.

그마저 내색하면 자식들이 부족함을 느낄까봐 욕심까지 감춰오며 말이다.


덕분에 난 지금도 명품을 쓰지 않는다.

누굴 부러워한 적도 없다. 

누굴 원망한 적도, 자책하지도 않았다.

사람을 배경으로 판단하지도, 그런 사람을 속물로 취급하지도 않는다.


당신들의 욕심을 참고 기른 덕분에,

나는 아무 욕심없이 살 수 있게 컷다.

기다린 당신께 이제 나는 명품을 사줄 수 있는 아들이 되었다.


이제 내가 갚을 때다.

아버지 선물을 뭐로 할 지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난 이제 당신이 욕심을 참지 않아도 뭐든 해드릴 수 있는 아들이 되었다.


이번엔 아버지가 웃을 수 있게 해드려야겠다.


사랑합니다.

이젠 한없이 작아져버린 나의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