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김중혁 - 2010.10.05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김중혁
20041193 김태형
1. 작가
1971년 출생, 계명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00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했다. 음악·그림·스포츠·영화·전자제품 등 관심사가 다양하다. 소문난 수집광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와 같은 면모를 작품 곳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자전거, 라디오, 지도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기억에서는 잊혔던 사물들이 다시 한 번 우리 눈앞에 펼쳐놓는 중편「펭귄뉴스」로 데뷔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집 『펭귄뉴스』와 『악기들의 도서관』이 있으며 2008년 단편 ‘엇박자 D’로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다.
2. 작품
[자칭 ‘지도특기생’이며 어릴 때부터 지도 그리기가 취미였던 ‘나’는 현재 지도 제작 연구소에어 오차 측량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나’는 삶의 위기를 느]끼지만, 삼촌이 보내온 나무토막-에스키모의 지도-을 통해 변화해간다.
3. 분석
1) 문체
별 특징 없음. 무난함. 약간 투박한 느낌.
각 주제가 마무리 될 즈음에 초점이 주변상황에서 ‘나’로 돌아온다는 점이 특징이다.
2) 삶의 고발
지도 제작연구소에서 오차 측량원으로 일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
‘나’ 때문에 연구소에 들어오게 된 동아리 후배와 문화인류학을 연구하는 삼촌이 선물한 나무토막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그려진다.
3) 삶의 이해
소설을 읽기 시작한 시점이 21세기 이후다보니, 내가 ‘현대 문학’의 시작을 구분하는 시점이 좀 다르다. [에스키모]를 읽으며 이제야 본격적으로 현대문학을 읽기 시작한 느낌이 들었다. 긴장이 풀린 달까. 시대적인 구분도 필요하겠지만, 개인적인 ‘현대 문학’이란, 의심할 필요가 없는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의식이 녹아있던 기존문학과 달리, 현대문학에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까지가 문제인지, 누가 문제인지가 모호해지고 잘잘못의 구분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문제제기가 사라지고 더불어 해결방법도 없어지며 각각의 삶이 단일 오브제(objet)로 존재하는 시기. 즉, 잣대와 해석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개인의 기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고 말이다.
이런 경우, 무리해서 교훈을 찾거나 내포되어있는 의미를 파헤치려하면 오히려 작품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의문을 가질수록 새로운 질문이 생기고, 해답을 찾으려 할수록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결론은, [감상문 쓰기 싫어요. 교수님]
(그래도 안 쓸 순 없으니…….)
디 앤드
해변의 오차
Q: 인간은 완벽한가?
A: 아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려면 모든 것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오차와 오류는 어디에나 있다. 지도에도 있고, 자동차에도 있고, 사전에도 있고, 전화기에도 있고, 우리에게도 있다. 없다면 그건, 뭐랄까, 인간적이지 않은 것이다.]
Q: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A: 그건 그들의 생각일 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간혹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얻은 결과는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결국 그 사람의 생각에서 만들어진 결과일 뿐이다. [기억이란 것은 매개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온전하게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는 데도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진리라 생각하며 판단을 내린다.
지도 특기생
Q: 이런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A: 정보의 부족 혹은 판단의 오류로 인해 사고의 방향을 잘못 잡는 경우가 있다. 일단 생각의 흐름이 길을 잃게 되면, 결론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고, 그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다. 이럴 때, 자신을 [믿을수록 길을 찾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치명적 결과는 작은 실수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단 하나의 실수도 [모든 길이 어긋나]게 만든다.
오차 측량원
Q: 그런 오차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A: 오차를 발견한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판단하기 전에 알게 됐다면 수정이 필요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들은 수정하기 어렵다. 그때는 이미 [발견한 오차를 되돌릴 수도 없고 수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결과를 기록하여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가끔은 오류의 근원 혹은 실수의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단단히 어긋나 있었지만 그 원인을 알아낼 수가 없]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당신은 인간이기 때문에. 이럴 땐, 너무 걱정하지 않는 게 좋다. [원인이 없는 결과도 있]을 수 있으므로…….
지도의 중심
Q: [원인이 없는 결과]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A: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원인이 내 영역 안에 없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사고할 수 있는 영역은 한계가 있다. 그 영역은 중심에 자기 자신을 둠으로써 영역의 한계가 생기게 된다. 각자의 [머릿속에 펼쳐진 지도의 중심에는 역시 내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인식 불가능한 지도 외부로부터 문제가 발생하면, 중심이 바뀌지 않는 한 개인은 그 원인을 영원히 알 수 없다.
기억의 지도
Q: 그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A: 생각의 흐름을 변경해야 한다. 더 폭넓은 시야가 필요하기도 하고, 아예 ‘나’를 배제한 상태에서 상황을 인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혹은 문제에 다가가는 방법이나 시점을 변화시키는 것도 좋다.
[이것은 눈으로 보는 지도가 아닙니다. 이것은 상상하는 지도입니다. 손가락을 나무 지도의 틈새에 넣은 다음 그 굴곡을 느껴야 합니다. 그 굴곡을 느낀 다음에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해안선의 굴곡을 상상해야 합니다. 촉각과 상상력이 완벽하게 일치해야만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가능하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길을 찾을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다만, 당신은 ‘오류가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훌륭한 지도
Q: 좀 더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A: 시점 변화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내가 움직이는 것, [어떤 때는 공간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많은 게 바뀌]며, 그 때 [할 일은 거기에서 여기로 이동하는 것뿐]이다. 혹은 인식의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소리와 기억으로 지도를 만들]고, 그 지도를 손가락으로 느낀 후 상상하여 항해하는 에스키모처럼……. 다만, 이 경우엔 바뀐 위치에서도 내가 여전히 중심이 된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점이나 방법만이 변하는 것이다.
Q: 끝으로 한마디?
A: 오차는 수정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더 작은 오차는 계속 존재하며, 끊임없이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굳이 줄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지구가 둥근 이상 모든 곳이 세상의 끝]이며, [세상의 끝으로 간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변한 건 없는지도 모른다.]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앤드,
(버리기 아까워 추가한 질문, 본문 내용과 별개)
Q: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A: 중요한 것은 인식하는 주체인 ‘나’조차도 배제하는 것. [인간이란 존재가 스며있지 않]은 에스키모의 지도처럼 누가 인식하더라도 같을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 되며, 당신은 그 존재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