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읽적글]
조정래 작가의 소설은 이미 기존 작품으로 확인했던 바이지만, 그동안은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에 휘둘려 뭐라 표현을 할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나름 짧은 이 장편소설을 기준으로 얘기해보자면,
<중층적 역사관>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고 시간의 흐름을 앞뒤 전환없이 유지하면서도 여러 이야기의 공백을 독자가 스스로 메울 수 있는 친절함을 가진 소설.
중국에 대한 여러 표현에 대해서는 일부 작가의 의도가 보이지만, 결론적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을 알아야 한다."는 교훈.
많은 부분에서 한국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기록한 조정래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책이다.
-아래는 발췌
보는 방향이 다른 사람들과 같은 길을 갈 수 없는 일이었다. (3권 p97)
그들은 세계가 놀라는 경제력을 확보하면서 갑작스럽게 태도가 바뀌고 있었다. 그건 약자일 때 감추어왔던 감정을 강자의 자신감과 함께 표출시키는 것이었다. 억눌러왔던 것만큼 폭발력이 강한 그 민족적 복수심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폭력인가. (3권 p248)
자기보다 10배 부자면 헐뜯고, 자기보다 100배 부자면 두려워하고, 자기보다 1,000배 부자면 고용당하고, 자기보다 10,000배 부자면 노예가 된다. (3권 p267 사마천의 기록 재인용)
오랜만에 서화원의 남자다운 모습을 보며 전대광은 수컷이 발휘하는 본능의 힘을 느끼고 있엇다. 모든 수컷은 처자식을 굶기거나 죽이게 될 궁지에 몰리면 발악적인 용맹성을 발휘하게 되어 있었다. (3권 p309)
'머리를 내미는 새가 총 맞는다.' (3권 p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