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3일 · [시는 회화 - 2]
-농담-
에덴화원
꽃 배달 트럭 안에
축하 화환과
근조 화환이
맞절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
꽃 싣고 달리는
꽃집 주인은
돈 벌어 좋은
꽃집 주인
- 소수2 -
김치 그릇 엎어져 벌건 국물이 튀고 술잔이 바닥에서 두어 바퀴 돌다 젓가락 옆에서 멈춘다 씨발 죽어 칼끝이 못을 누르고 그래 죽여 똑바로 쳐다보며 웃고 뚝 뚝 뚝 뚝 목에서 맥박이 뛰는 소리를 들으면 웃고 눈동자 풀어지고 웃고 웃고 웃고 여기는 아직 거기인가 뜨거운 소리가 고막을 밀고 들어온다 언제부터 국이 끓고 있었다 뒤집어진 밥상은 버둥대는 벌레처럼 다리를 하늘로 쳐들고 있고 무를 자르다 칼에 목을 비춰본다 어떤 이는 칼자국을 키스 자국으로 읽고는 부러워한다 죽을 거라 겁주던 놈들 손목은 한 끗씩 덜 긋고 치사량에서 한 알씩 빼고 나는 몇 개씩 덧문을 잠그고 꼭 마지막 문은 열어두고 어제의 칼로 오늘 파를 썬다 불씨는 간신히 살려두면서
#문학동네시인선 090, #허은실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시는회화 #까페꼼마
덧, 간만에 시집을 쭈루룩 훑고 있는데 제목이 맘에 들어 고른 시집. 역시 쭈루룩 읽는데 짦은 글로 눈 앞에 장면이 그려지고, 누군지도 알 수 없는 대상의 감정도 알 것 같고, 지켜보는 사람의 심정도 느껴지고 하여 시인의 표현력이 부러워서 공유합니다.
덧2, 책을 읽는 이유는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아주 일부라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며, 시를 읽는 이유는 이를 위한 시간을 아주 극적으로 단축시켜 주면서도 글이 줄 수 있는 감동을 손상시키지 아니하기 때문입니다.
덧3, [시는 회화 - 2]인 이유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최승자' 님이며, 아마 높은 확률로 꽤 오래전에 비슷한 포스팅을 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유사한 구성의 포스팅을 할 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여유가 있을 때마다 쓰려고 노력할 것 같....?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