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6일 · [다름과 틀림 – 개인주의자 선언]
[다름과 틀림 – 개인주의자 선언]
기분이 좋아서 끄적이는 글입니다. 어쩌다 보니 개인주의자로 살게 되고 (불리기도) 하다 보니 종종 주변과의 부딪힘이 생기곤 합니다. 그 이유를 좀 고민해보니 ‘다름’과 ‘틀림’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태도와 이와 연계된 오지랖 문화(?)가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잡글이고 썰이니 가볍게 읽어주시길….)
지금까지 ‘내 멋대로 살자’의 태도로 선택을 하고 살아오다 보니 이래저래 불편한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뭐, 걸핏하면 놀고 소속 바꾸고 하니 이제 가족들은 제가 뭘 하든 신경도 쓰지 않는 수준입니다. 가까운 주변 친구들도 이제 그러려니 하고요. 다만, 잘 모르시는 분들의 반응이 일정한 패턴을 가지다 보니(ex. “아니, 왜애애애~↗???”) 이렇게 글로 쓸 정도의 변명이 쌓이기도 합니다.
0. 먼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이 모든 개인주의자들의 숙명이나 여기서는 패스하도록 하겠습니다.
1. 먼저,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1)언어사용 2)이데올로기 대립 3)군대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1) 언어사용
우리말을 쓰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상황에서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용해서 사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헷갈리는 경우도 없어서 더 신기하고요. 스스로는 혼용하지 않게 주의하고, 대화할 때 상대가 잘못된 표현을 쓰면 알려줌으로써 바꿔보려고 합니다만 뭐 습관이니 쉽게 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실질적으로 언어 표현의 착오로 인한 인식의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넌 좀 틀린 거 같아”라는 말을 들으면 그 뜻을 ‘다르다’로 쓴 것을 알더라도 뭔가 애매꾸리한 기분이 들어요. ㅋㅋㅋ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의 입장은 잘 모르겠지만, 다르게 살아가는 입장에서 ‘내가 틀렸나?’는 생각은 내 자신의 생각을 감추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살려는 태도를 취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2) 이데올로기 대립
뭐 거창하게 표현하긴 했습니다만, 이건 좀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예전에 할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남들처럼 살라’는 말을 자꾸 하셔서 그 이유를 물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할머니의 대답을 일부 옮깁니다. -- “그 때는 다르면 죽었어….. 6.25때 인민군이나 국군이나 마을을 점령하면 총칼을 들이대며 누구 편이냐고 물었지. 이 쪽이냐, 저 쪽이냐? 뭔 차이가 있는지도 몰랐지만 대답은 하나였다. 같은 편이오… 그러다 다른 편으로 찍히면 혼자 죽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이 몰살을 당했다. 끔직했지. 전쟁이 끝나고도 한동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빨갱이로 몰아 죽였다. 그래서 할미는 그냥 니가 남들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다른 생각하지 말고, 남들 가는 길로 가고”. 할머니 기준에서 ‘다른’ 생각은 ‘틀린’ 생각입니다. 요새는 그냥 남들처럼 산다고 말씀 드립니다….
3) 군대문화
이건 좀 애매한 감이 있긴 한데, 정확히 말하면 군대가 아닌 사회에서의 군대문화 강요입니다. 군대에서는 다른 생각은 받아들여지는 데 오래 걸립니다. 그냥 하던대로 하면 편하고 효율적이니까요. 그래서 군대는 일치된 생각과 행동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상명하복을 위해서?) 결국, 군대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녀석은 ‘피곤한’ 녀석이 됩니다. 그리고 ‘틀린’ 병사로 찍혀 교정되죠. 군대가 이러는 게 맞냐는 건 차치하고, 개인적으론 이런 태도가 일반 사회에서도 유지된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특히 학계!!) 그러면서 왜 창의적인 인재를 찾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핫쵸코 아이스로 주세요 같은 건가? 상사고 교수고 선생님이고… 명령을 하지 말고 설득을 시켜주세요. 그러면, 업무 효율은 자연스레 증가합니다.
2. 환경이 이러다 보니, 해명이 길어집니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고,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설명이 없으면 전 ‘이상’한 사람이 됩니다. 뭐 물론, 제가 정상은 아니니 이상한 것도 틀린 건 아니지만, 그냥 다르게 살다 보면 이래저래 피곤해요 ㅋㅋㅋ 주변의 걱정과 충고도 많이 듣고 심하면 오지랖을 방어하느라 체력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저도 타인에게 그럴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하려고 노력합니다. 혹시 제가 꼰대질을 하면 지체 없이 싸다구를 날리세요. -0-;;;)
3. 희망하건대, 우리 사회에도 똘레랑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똘레랑스란 말 제대로 알게 된 건 얼마 안 됐는데 너무 맘에 듭니다. 한국어로는 “차이 수용력” 정도 되려나? 관용/허용 등으로 번역된다는데 상하관계가 없는 단어면 더 좋을 것 같네요. 다른 건 그낭 다르게 받아들여 주세요. ㅋㅋㅋ
4. 뭘 해명하거나 변명하고자 하는 글은 아니고, 그냥 관찰자 시점에서 살다 보니, 혹시나 비슷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까 하여 끄적입니다. 눈치 보는 게 습관이 된 20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려나. 다른 생각 있으면 알려주세요. 백수입니다.
책 한권 추천드립니다.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 비슷한 생각 가진 분들 있으면 위로가 될 거에요. 깔끔하고 잘 쓰여진 책이라 읽기도 편합니다. 개인주의자는 이래야 한다가 아닌 개인주의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산다는 내용입니다.
(일부 발췌)
“이런 인간형은 사실 어느 조직에서나 사랑 받기 힘들다. 사랑 받지 못하는 건 별 상관없지만 (대체로 사랑 받으면 기대에도 보답해야 하므로 귀찮은 일도 생긴다), 그렇다고 내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매사에 일일이 투쟁할 열의까지는 없기에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양보와 타협을 해야 한다. 단합을 도모한다는 직장 체육대회나 등산이 내 개인 시간인 주말에 개최되는 것이 치가 떨리게 싫지만 빠지려면 없는 친척을 돌아가시게 만드는 최소한의 성의라고 표시해야 한다. 술 한두 잔도 겨우 먹는 체질이지만 회식 때 돌아가는 잔을 거절하여 흥이 오른 타인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더 싫기에 일단 받아 먹고, 음료수 단에 뱉는 눈치라도 있어야 한다. 주당들의 흥이 오르면 장단을 맞춰 취한 척하는 메소드 연기가 필요하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투사가 되기 싫으면 연기자라도 되어야 하는 거다. 나는 어릴 때부터 좋게 말하면 냉소주의였고, 정확하게 말하면 비겁했다. 불의를 질끈 잘 참는다. 타인들이 원하는 연기를 잠시 해주면 내 자유가 더 확보 된다는 걸 일찍 영악하게 깨우친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