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먹고사니즘]

2019년 · 3월 13일 · [소리꾼 한탄]

losenvex 2019. 9. 9. 23:12

 

내가 처음 소리꾼이 되어 보겠냐는 권유를 받았을 때, 나는 그런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다.

 

내가 소리를 배우기 시작할 때, 방법을 잘 몰랐기에 다른 소리를 많이 들어야 했고, 어떻게 해야 소리를 잘 할 수 있는지 많은 연습을 해야 했다. 내 소리를 잘하기 위해 다른 이의 소리를 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타인의 소리에 익숙해지기 위해 나는 많이 들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많은 소리를 듣고 처음으로 자그마히 내 소리를 하게 됐을 때, 그 소리에는 가치가 없었다. 초짜 소리꾼의 처지가 다들 비슷했으리라...

 

소리꾼의 소리는 대부분이 싫어하는 편이다. 주로 돈과 권위가 있는 몇몇이 소리를 원하면, 원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도 그 소리를 함께 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소리를 할 수록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소리꾼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 나는 소리로 먹고 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소리를 찾는 사람은 드물다. 듣기 좋은 편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간간히 비싼 돈을 내며 소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위안할 따름이다.

 

내 소리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상대방이 내 소리를 듣고 기분이 나아질 리 없기 때문이다. 소리는 어떻게 보면 까다로운 취향이기 때문에 내 소리로 누군가에게 변화를 주기란 더 어려운 일이다.

 

소리를 하며 살다보면 점점 다른 소리를 듣지 않게 된다. 조심할 일이다. 어린 친구들의 소리를 들어야 나도 변할 수 있을 텐데, 그럴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걱정이다.

 

요새는 아주 간간히 내 소리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생겼다. 요청하면 소리를 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오래하면 듣기 좋을리도 없고, 기억에 남기도 힘들다. 요청한 사람이 원하는 만큼만 소리를 하는 것이 소리꾼의 능력일지 모른다. 그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다...

 

#뭔소리? #헛소리? #소리앞에'잔'붙이고다시읽기 #그럼소리꾼은뭘까요 #늦은밤에멍멍이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