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되돌려 보건대, 스스로 충분히 잘 버텨왔다고 말해주고 싶다.
너무나도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일들이 많았던 한 해였음에도 쓰러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잘 견뎌냈다. 약속했던 대로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에 기쁘다.
사실, 무기력하고 열의 없어 보이는 모습들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가용할 수 있는 열정은 이미 다 타버려 불씨만 겨우 살아 흔들리고 있는데, 뭘 더 시작할 수 있었을까. 이젠 썰 풀어놓는 것조차 힘겨운 것으로 보니 그 불씨도 날아갈 때가 된 것 같다.
아직 힘들다.
군 버릇 못 고치고 연장자라고 이것저것 참견한 것도 부끄럽다. 이젠 진짜 내 인생 살아야겠다. 괜찮은 척, 건강한 척도 부질없다. 아프면 아프다고 인정하고, 슬프면 슬프다고 인정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련다.
부끄럽다.
내 할일 제대로 마무리도 못하면서 남들한텐 다 아는 것처럼 행동했다. 무섭도 두려운 것들 투성인데 별거 아닌 듯 허세를 부렸다. 만나면 하고 싶은 말 투성이면서 정작 앞에서는 아무 문제 없는 듯이 웃었다. 상대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립지 않고 외로울 수 있어서. 토하지 않고 삭힐 수 있어서. 무너지지 않고, 약해지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터벅터벅 일년을 걸어온 것에 대해서. 이제 곧 올해가 가고 새로운 시작이 싸우려 들겠지. 그 전에 재충전 할 시간이 있으니...
갑자기 걸려온 그 전화가 견뎌오던 일상에 조용하고 미약한 파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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