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한문장으로 설명을 하자면,
정말,
"달콤, 살벌한 연인" 이다.
다른 식으로 설명하자면
마치 김영하의 단편 소설 같다.
책임감도 없다. 필연성도 없다. 그렇다고 고전도 아니다.
제 멋대로 사건을 만들고 키우고 숨가쁘게 달려가 버린다.
어느새 스토리의 중반을 치닫고, 관객과 독자는 헷갈린다.
'뭘 어쩌려는 거지'
대책없는 설정과 전개에 혼란스럽고 힘들어 할때쯤
마치 나사를 하나하나 풀어버리는 것처럼 내용을 해체해 버린다.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부해 버린다.
도중에 나오는 상투적인 설정 복선은 잠시 내게 기대감을 안겼다가는
곧 앗아가 버린다. 마치,
"니들이 원하는 게 이거였냐?"
라는 말투다.
독자와의 대결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너는 이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을 강하게 박아넣는다.
그때쯤 극은 막바지로 접어든다. 넋빠진 정신을 이리저리 가지고 논다.
예상은 모두 빗나가고, 종잡을 수 없는 내용에 걱정이 앞선다.
이를 비웃듯,
모든 걱정을 무시해가며 극은 끝난다.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그리고,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고 선물을 하나 준다.
아니, 정신차리라고 망치로 머리를 한대 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먹다남은 팝콘과 가방을 챙긴다.
영화는 끝났지만 난 아직 머리가 아프다.
아프다.
<내가 확 죽여버리지 뭐.>
최강희의 마지막 대사
뭔 소린지 모르는 사람은 영화를 보시기 바란다.
스포일러도 싫고 난 당신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할 만큼 친절하지 않다.
내 머리를 친 망치가 바로 이녀석이다.
마지막 대사
마지막 상황
마지막 행동
마지막 감정
영화의 마무리로 전혀 손색이 없는 대사.
깔끔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꼭 다시한번 그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과연 미자의 농담 이상의 뜻은 없었을까?
결론은 당신들의 몫
적어도 내겐 오랜만의 긴장감을 선물해준 영화에 다시한번 고마움을 표한다.
다시 보는 것이 겁나는 영화
그만큼 잃는 것이 싫다.
오래 내 가슴에 남기를.......
P.S. 저예산 영화의 멋진 배우의 연기가 일품이다.
최강희와 박용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만 봐도 건질 건 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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