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미경, 내가 사랑하는 문장을 가장 많이 써준 소설가님
요새 글이 뜸하다고 생각했는데 암투병 중이셨군요.
황량한 사막에 장식된 조화처럼 아름다운 표현을 사용하셔서 존경했던 작가였습니다.
건조하지만 화려했던 문장을 좋아해서 소설도 많이 샀었는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중2병 같을 수 있겠지만, 아끼던 문장을 공유합니다.
한국 현대문학. 많이 읽어주시길 바라면서,
ㅡㅡ
사랑에서 비극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니?
결국 사랑의 비동시성이야.
한 사람은 이직 뜨거운데 한 사람은 (중략) 싸늘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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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기 하나 없는 웨이트리스가 건넨 샌드위치는 딱딱하고 요플레는 차갑다. 각성이 필요하지 않아도 커피를 들이킬 수밖에 없는 모래같은 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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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감기가 서로 다른 사랑 때문에 아파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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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가 나오기 전엔 그냥 잠이 안오는 것이었지 불면증은 아니였어. 프로작이 나오면서 우울함은 우울증이 되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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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너무 친절해. 천천히. 익사한 시체가 부패가 진행되면서 물 위로 떠오르듯 그렇게...... 친절한 건 뻔하고, 뻔한 건 지루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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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나 역시 그림 속의 그 사람처럼 입을 벌리고 귀를 막고 싶다. 그 방은, 너무 날카로워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고음역의 절규로 가득차 있는 듯하다.
ㅡ 정미경 <밤이여, 나뉘어라>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상상을 즐기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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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잘린 채 깨끗하게 씻긴 배를 열고 있던 닭. 크고 작은 노른자들이 조랑조랑 엉여 있던 뱃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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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디가 좋아?
모르겠어.
말해 줘.
모든 게 좋아. 너의 모든 것.
그렇게 많이?
고개를 갸웃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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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수분이 말라버린 듯, 무릎이 입 안이 어깨가 눈알이 파삭거리며 함부로 발굴된 미라처럼 한순간 석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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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한 잠의 바다 속으로 가려움마저 익사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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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영혼일수록 사소한 말에 상처받는다.
ㅡ 정미경, <나의 피투성이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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