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읽고적는글]2019. 9. 4. 22:21

 

[이 방 밖의 저 창문 너머로 거대한 검은 새가 날고 있을지도 모른다. 검은 밤 그 자체와 같은 거대한 새. 그 검은 새는 너무나도 거대하기 때문에 부리에 뚫린 구멍이 창문너머 저쪽에서는 마치 동굴처럼 보일 것인다. 그래서 그 전체를 볼 수는 없는 것이리라. 내가 죽인 그 나방은 나의 전체를 깨닫지 못하고 죽은 것이 틀림없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p208, 무라카미 류

 

냉소와 체념.
누구나 쉽게 들여다보고 간파할 수 있는 내면에 할 말은 없다.
그래도 거짓되게 살진 않았구나라고 위안할 뿐이다.

싸워보려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상대를 몰랐을 때는 그만큼 자신있게 덤비고 깨졌다.
몇 번이나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상대를 알아보려 한 것은 잘 한 일이었을까.

거대한 검은 새를 볼 수 있었다.


전체를 보았는지, 일부만 보고 전체를 지레짐작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후, 일종의 만성적 무기력증이 함께하곤 했다.

 

[나는 알고 있었어. 사실은 훨씬 이전부터 알고 있었어. 그걸 이제야 깨달은 거야. 새야. 그 검은 새야. 이것을 깨닫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온 거야.]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p209, 무라카미 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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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지난 글을 다시 끌어올린다.
지치지 않아 다행이다.

Posted by losenv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