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읽고적는글]2012. 2. 17. 04:09

가족: 부부와 같이 혼인으로 맺어지거나, 부모·자식과 같이 혈연으로 이루어지는 집단.

식구: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본 글에서는 families에 대응하는 단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1.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가족'입니까?

 

-> '국민학교'시절 사회 시간에 나왔던 주제는 '대가족과 핵가족'이었다.

사회가 점점 핵가족화 되어간다며 대가족의 장점과 핵가족의 장점을 비교하며,

어떠한 가족의 형태를 원하냐는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내 나이 스물다섯이니 15년 전의 얘기다.

그때 대가족이 핵가족이 된다고 우려했던 내가

이제는 핵가족이 붕괴된다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시의 고민을 할 때, 우리 집에는 삼대가 살고 있었고,

셋째 작은 아버지가 분가한 직후니 어찌 보면 대가족의 형태로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이의 우리나라 (혹은 사회)는

근대 이전에서 근대를 거쳐 탈근대(혹은 현대)사회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것일까?

(고모들은 모두 결혼했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신지 좀 됐고, 할머니는 아직 함께 사신다.)

 

우리 집은 어디까지 왔는가?

 

 

2. 다양화된 핵가족의 형태가 ‘탈근대 가족’은 아니다.

 

-> 현재 생활의 다양화로 인해 핵가족의 형태마저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흔히 생각하는 기본 가족의 단위인 핵가족을 ‘근대 가족’으로 정의하도록 하자.

 

근대 가족이 [아버지와 어머니, 자녀를 꼭짓점으로 하는] 삼각형의 형태가 기본이라면,

탈근대 가족은 삼각형의 한 꼭짓점이 없는 경우(편부, 편모, 무자녀, 조손 등)나,

삼각형이 아닌 다각형(대가족? 재혼가족?) 형태의 가족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원 차이로서의 구분>이 근대와 탈근대를 가르는 기준이라면,

근대 가족의 문제가 탈근대 가족이 된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편모, 편부 슬하에서의 자녀들도 부모가 주는 압박감은 그대로일 것이고,

그 부모들도 (혹은 조부모도) 자녀를 위한 희생과 기대는 여전할 것이다.

누군가는 아버지의 '자리'를 지킬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모성'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단순 구성원 상의 [가족의 해체] 방식은 ‘탈근대 가족’이라고 할 수 없으며,

역시 '근대 가족'의 해결책이 되지 못하다.

 

 

3. ‘근대 가족의 문제: 기능적 분업화’의 재정의

 

-> '근대 가족'의 정의부터 다시 짚고 가보자.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의 변화가 사회인식의 변화로부터 나오기도 했지만,

실상은 경제적 이유에서 나왔다고 본다.

경제적 근대화(포드식Ford式 분업화: 소품종 대량생산)는

대가족 형태의 협력을 기반으로 했던 농업에서 공업으로의 산업변화를 이끌었고,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은 가족의 [형태]를 핵가족으로 변화시켜야만 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족의 구성원은 각각 다른 역할을 맡게 됐다.

아버지는 돈 벌어오고, 어머니는 집안 살림을 맡고,

큰아들은 공부하여 가족의 신분상승을 이끌어야 하며,

둘째 아들은 아버지를 돕고, 딸들은 어머니를 돕고.....

 

즉, '근대 가족'이 구성되면서 가족 구성원간의 '기능적 분업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혹은 이러한 '분업화'가 가족의 기준이 된 상태를 근대 가족이라 부르게 된다.)

 

물론 근대 사회에서는 '근대 가족'의 형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시에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분업화'가

불가피한 선택 혹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적, 사회적 탈근대화가 형성되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탈포드식(Post-Ford式: 다품종 소량생산) 경제화는

단순한 분업노동 산업의 쇠퇴와 전문성을 강조한 서비스 산업의 성장을 유발했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아버지, 혹은 자녀가 이 전문성을 획득하지 못하면,

 

근대 가족의 생존이 위협받기 시작한 것이다.

(혹은, '근대 가족'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낙오된 가장, 자녀는 가족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됐고,

남은 구성원이 그 역할을 대신 떠안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자녀를 꺼리는 부부가 많아지고,

심지어 자신의 부모마저도 부양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즉, '근대 가족'은 탈근대 사회로의 변화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 문제란 분업화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가족구성원의 발생으로 정리할 수 있다.

 

 

4. families의 개념을 통한 Family의 문제 해결

 

-> Family는 전형적인 '근대 가족'을 대표한다.

[부, 모, 자녀의 삼각 구도와 그 역할 분담]까지를 포함한 개념이라 보면 되겠다.

families는 Famliy의 상대 개념으로 '근대 가족'의 기본 형태를 형성하지 못하는 상태이나,

여전히 존재하고 유지되는 가족을 말한다.

 

families의 중요성은 바로 그 '결핍'에서 나온다.

Family를 형태상으로 만족시키지 못함에도 존재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즉, "역할 분담 없이도 생존 가능한 가족의 형태가 여기 있다"고

families는 말하며, 기능적 분업화가 가족 생존의 필수가 아님을 증명한다.

또, Family의 형태가 예전만큼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families의 구성원은 가족의 부양하는 주체, 살림을 도맡는 주체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각 구성원이 상황에 맞게 기능하며 가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5. 그렇다면 Family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그렇다고 Family가 가족 해체를 통해 families가 되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역할 분담을 통해 '기준'에 맞추려던 생각만 바꾸면 되는 것이다.

간단히 F-> f로 바꾸어 family로 존재하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일화 된 기준에 맞추기 위해 가족 개별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을 나누는 대신

기준을 버리고 그 family 자체로서 존재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구성원 개개인의 [인식의 탈근대화]다.

예를 들면, “아버지는 돈을 벌어 집을 꾸려나가야 한다, 어머니는 자녀를 보살피고 아버지를 내조해야 한다. 자녀는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와 같은 고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Family를 해체하여 families를 만드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인식 변화를 통해 a family가 되는 것,

이것이 하나의 families 형태로 존재 가능한 과정이 될 것이다.

 

 

세 줄 요약

1. 가족의 ‘기능적 분업화’는 산업혁명에 의한 결과임

2. 현재는 더 이상 이러한 분업이 효과적이지 않아 기존 ‘근대 가족’에 문제가 생김

3.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가족(families)이 형성되고 있음

Posted by losenv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