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우선 사라지는 것이고 사라진 후에도 남은 자들을 지배하는 것이다.
정말 그런 거라면 꽤나 멋진걸.
그녀는 죽음을 흉내내보기로 했다.
"매력이 문제야. 위성곤씨한테 매력이 철철 넘쳤다면 포르노를 보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야. 매력만 있다면 사람들은 뭐든 용서하려고 들지. 좀 부도덕해도, 말을 뒤집어도, 사악한 짓을 해도, 다 이해하려고 한단 말이야. 그러나 이런 후진 회사에 다니는 대머리 아저씨가 포르노를 보는 건 용서할 수 없는 거야."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보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되면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
"애들이 동물원에서 원숭이들한테 돌을 던지고 애견센터 진열장을 주먹으로 쳐서 강아지들을 놀라게 하는 건, 사실은 대화를 하고 싶어서라더군요. 반응이 없으니까 아이들이 지들 방식으로 말을 건네는 거랍니다."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너무 늙지도, 그렇다고 젊지도 않은 매력 없는 남자처럼 안전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가족을 부양하고 있으나 동시에 그 가족으로부터 경원시된다.
그는바싹마른재생지가되어세상이라는만년필이자신에게휘갈기는모든것을탐욕스럽게빨아들였다.
창작열에불타는얼치기시인처럼
언겁결에첫키스를하게된소년처럼
그를둘러싼모든것이시적인것으로몸을바꿨다.
처음
섹스를 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던 밤,
왜 그렇게 그 남자의 손길이 닿는 모든 구석에서
가려움 혹은 간지러움을 느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입 밖으로 낸 적은 없었지만 그 시절 그녀의 꿈은 집을 떠나 가능한 먼 곳으로 가버리는 것이었고, 그러려면 공부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문득 박철수는 미치도록 부자가 되고 싶었다.
어린 학생들은 때로 어른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근본적인 질문을 품었다.
"미국 서부영화를 보면 순 그 얘기잖아. 누군가 자기 집과 농장을 빼앗으면 죽을 때까지 저항하고, 그래도 안 되면 복수를 하잖아. 우리에겐 왜 복수의 문화가 없을까? 그렇게 심한 일들을 당하면서 왜 복수하는 얘기는 발달하지 않았을까? 우리 소설 중에 복수를 다룬 소설, 형은 본 적 있어?"
무능한 남자에게서 풍기는 이 매력은 혹시 진화과정의 산물이 아닐까?
"여자랑 함부로 자면 안 돼,
그때부터 여자는 남자를 지배하게 돼."
오램난에 만난 사람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은 슬픈데, 그것은 그들이 자신의 어린 모습을 간직한 채로 늙어가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늙어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은 늙어 늙은 소년이 되고, 소녀도 늙어 늙은 소녀가 된다.
그녀는 오른손 검지로 왼팔 팔목 부분을 긁었다. 너희들은 참으로 편리하구나.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섹스는 한 침대에서 할 수 있구나.
마침내 사면이 막힌 방에서
두 남녀가 얼마든지 섹스를 해도 좋다는 허가가 내려졌다.
"형, 형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난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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