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여성들은 그에게서 경쟁을 포기한 자의 나태한 자기 변명 같은 걸 감지했을 수도 있었다. 뭐든 잘 먹고 공격적인 남자, 오래 사는 것보다는 짧고 굵게 살겠다는 남자들에게 매료되는 여자가 아무래도 더 많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
기영은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은 슬픈데, 그것은 그들이 자신의 어린 모습을 간직한 채로 늙어가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늙어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은 늙어 늙은 소년이 되고 소녀도 늙어 늙은 소녀가 된다.
...
"죽고 사는 확률은 어차피 반반이잖아. 죽으면 끝이니까. 확률은 무의미한 거야. 러시안 룰렛의 확률은 산술적으로 육분의 일이지. 그렇지만 방아쇠를 한 번 당길때마다 언제나 확률은 반반인 거야. 살거나 죽거나. 안 그래?"
<빛의 제국>,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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