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전해졌기를]2012. 3. 2. 04:46
라는 말을 하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겠다.
 
매번 연락을 할 때마다,
 
무엇인가 소식을 전할 때마다,
 
그럴만한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내가 늘 바보 같으면서도
 
그 바보스러움만 믿고 또 바보짓을 해도 되겠지란 말도 안 되는 구실을 덧붙인다.
 
 
자제 못하고 찾아가버릴까봐 주소도 묻지 못한다.
의미 없이 뒤적일까봐 싸이 일촌도 신청을 못한다.
너의 일정을 알려 노력할까봐 어디 붙었는지 대학도 모르는 채,
그저 붙어서 축하한다는 말, 시험 잘 보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갑자기 생각나버린 너의 존재,
그 의미가 왜 중요했는지, 너를 만나지 못하고 몇 해가 지나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dsrdluk.
왜 또 참지 못하고 네게 이런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만,
다시 한 번 용서를 바라며 편지를 쓰려 한다.
 
왜 너는 다른 이와 다르게 내게 남아버렸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처음엔 그저 네가 예뻐서, 혹은 공부를 잘 해서, 그도 아니면 착해서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시절의 감정이 진짜가 아닐 거라 부정하려 노력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란 사람, 참 외로운 삶을 살았던 느낌이 든다.
자의든 타의든 나 외의 사람을 내 생활 속으로 허용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내 자신의 성향도 그랬었고, 다른 이 역시도 그것을 시도하지 않았으니까.
필요했을 때, 손을 내밀어 잡기만 했을 뿐,
타인의 삶 속에 실리지도, 타인의 삶을 받아들이지도 못했던 나였다.
 
그래서 네게 물드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넌 나도 모르게 내 생활 속으로 들어와 버린 첫 번째 사람이 되어버렸다.
 
처음 당하는 일들이 모두 그렇듯, 나도 그 상황에서 어찌 할 줄 몰랐다.
내 삶에 내가 아니 다른 사람이 들어와버린 그 이질감.
버리지도 고치지도 못하는 그 감정이
머리 속을 휘저어 버리고, 심장을 두들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도망치는 것뿐이었으니까.
 
나는 무서웠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그렇게 많은 시간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느끼면서도
너란 존재는 왜 잊히질 않는지 궁금할 뿐이야.
 
풀지 못한 어떤 감정들이 어디에 더 숨었는지도 모르는데,
주기적으로 튀어나오는 그 녀석들을 이젠 어찌해야 할지..
 
 
보고싶다.
 
보고싶다.
 
용기 내어 소리내지 못하는 말들이 글로 잡아둔다고 나아질 리 없지만,
가슴속에서 나오지 못해 흘러 넘치는 저 말들을
담아두기엔 아직 내 맘은 너무 좁은지도......
 
널 떠올리게 하는 그 달이 오늘은 너무도 무섭다.
이제야 이해할 수 있는 그 "달의 행로"가 생각날수록
난 그 행로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만 내게 남겨진다.
 
서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결국엔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길 빌며,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긴다.
 
그 끝, 그 끝이라는 것이 제발 날 기다리고 있기를 빌며......
 
너무 찬 4월의 달을 견디기 힘들어 이만 줄인다.
 
4. 29.
늘 미안한...
 
P.S. 뭐라 쓰든, 쓰지 않든, 답장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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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번에도 너의 의지인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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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osenv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