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상[침잠하는글]2012. 12. 21. 23:15



(어제 점심 강연 중 나온 고백의 위험감수와 저녁을 먹으면서 떠올랐던 생각을 정리해봤는데, -_- 오늘 짝을 보고 포스팅하기로 결정.)

계절은 겨울이고 날씨는 춥지만, 사람사는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다. 하지만 개중에 정신 못차리고 혼자서 떨고 있는 나같은 사람이 있기에 자기 반성적 뻘글을 작성해본다. -나는 외롭다.-에 공감하는 사람이 이 글을 읽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끄적인다. 

사람간의 대화는 말하는 대충 직언과 은유가 섞여있다. 직언이라 함은 흔히 공대생의 어법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화법으로 문장이 말 그대로의 의미를 전달할 때 사용된다. (ex.남자 3호) 즉, 상대가 A를 말하면 A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다. 이와 반대로 B를 전달하기 위해서 C라고 말하는 경우가 바로 은유다. 이 경우 문장에는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있으며, 상황, 어투, 몸짓과 표정까지 고려하여 말 속의 진의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들을 잘 구분하고 잘 사용하는 사람은 물론 사회생활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지만, 무엇보다 연애를 시작함에 있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우위에 위치하게 된다. 왜냐고? ㅋ 설명하겠다.

1. 기본 설정
상대를 불쾌하게 만드는 행동은 하지 않는 사람에 한한다.
이 글은 연애에 대한 내용이다. 사랑과는 별개다.
경험으로 쓰는 글이다. 내 세상과 다르다고 화내지 말자.

2. 도입: 은유의 활용
여기 서로 호감을 가지려고 하는 두 사람이 있다. 혹은 누군가 상대방에게 호감을 전하려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직언보다는 은유다. 은유는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게 열려있는 표현이다. 이러한 표현은 상대방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상대의 반응을 살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때문에 그동안 좋아하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당황해하는 상대에게 부담만 얹어 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저러한 노력을 통해 대화법을 익힐 필요도 있다.

예시1) 식사를 하는 두 솔로
이쪽: (식사 도중에) 혼자서 밥 안먹으니까 좋네~
- 이는 저쪽이 이쪽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밥 먹는데 심심하지 않네', '이인분 요리도 먹을 수 있어 햄볶아요', '너랑 같이 먹으니까 좋아', '밥 값은 돈버는 니가 내겠지' 등등으로 다양하게 해석이 될 수 있다. 때문에 말 외의 요소로 상대방이 내 진의를 파악하게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 (간단하게, 말할 때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상대방의 반응을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

저쪽 반응1: 근데 왜 혼자 먹어? (상대가 진의파악에 실패했다.)
저쪽 반응2: 응? 난 혼자가 편하던데? (은근한 회피 방법이다.)
저쪽 반응3: 그럼 다음에 또 연락하던지. (진의는 전달됐다.)

물론, 이는 상대방도 은유적 표현을 쓴다는 가정하에 기술된 해석이며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니 제멋대로 해석하면 골치와 마음이 아파진다. 만약 상대방이 은유 아닌 직언의 표현을 했는데 내가 그것을 은유로 해석하면 바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복습을 위해 고전을 한 편 보자 - /사이의 글은 해석할 수 있는 진의/

(황순원의 소나기)
여기서 소녀는 아래편으로 한 삼 마장쯤, 소년은 우대로 한 십 리 가까운 길을 가야 한다. 소녀가 걸음을 멈추며,

"너, 저 산 너머에 가 본 일 있니?" 벌 끝을 가리켰다.
/지금 헤어지기 싫어, 어디라도 가자./
"없다."
/같이 갈까?/
"우리, 가보지 않으련? 시골 오니까 혼자서 심심해 못 견디겠다." -(직언)
"저래 봬도 멀다."
/좋아, 그래도 좀 먼데 갈 수 있겠어?/
"멀면 얼마나 멀기에? 서울 있을 땐 사뭇 먼 데까지도 소풍 갔었다."
/당장 출발해./
소녀의 눈이 금새 '바보, 바보' 할 것만 같았다. 논 사잇길로 돌아섰다.

물론 이런 해석은 앞뒤 상황설명과 그동안 둘의 대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처럼 서로의 호감을 전달하는 방법은 은유일 경우가 좀 더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화를 진행시킨다.

은유는 보통 여성들이 더 잘 구사하며 해석에도 능한 편이다. 때문에 남자의 무의미한 직언에 해석을 덧붙여 맘고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그 결과로 은유에 능한 남자와의 연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은 예비역 복학생 오빠) 이는 해석의 여지가 많을 수록 상상의 나래를 멀리 펼쳐 상대방의 작은 행동에 크게 감동할 수 있기 때문인데, 그들은 이러한 상태를 보통 '로맨틱'하다고 여긴다. 

반대로 표현에 미숙한 남자는 해석에도 미숙하여 어색한 상황에 자주 빠지게 되는데, 이는 보통 여자들이 돌려서 거절하는 것을 해석하지 못하고 미련을 가지기 때문이다. (가장 착각을 많이 하는 문구가 바로 "ㅎㅎㅎ"이며, 여자는 "그만해"로 사용하지만, 보통 남자는 "재밌네"로 해석한다.) 혹은 호감이 지나쳐 모든 애매한 답변을 자기 위주로 해석하는 경우며, 이 때는 여자가 "직접 거절"하지 않는 이상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 

물론, 남녀의 차이라는 것은 내 편견일 수 있겠지만, 이번 짝(모태솔로특집)을 보니 아무래도 크게 빗나가지는 않은 것 같다. 참으려다 포스팅하게 된 이유도 혹시라도 그들처럼 연애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글은 '연애'에 대한 글이다. 당신이 사랑을 하고싶거나, 이미 사랑에 빠졌다면 읽어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덧, 나중에 시간 나면 '직언'에 대하여 써봐야지.
덧2, 남자 3호의 인터뷰를 보는데 이상하리 만큼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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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osenv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