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갈테야 ~
연못으로 갈 테야
동그라미 그리러
연못으로 갈 테야 ~
연못에 돌을 던지는 건 타나토스
즉. 죽고싶은 욕망의 대리표현 같은 것 아닐까?
그랬어!
그 노래는 연못으로 자살하러 가겠다는 처절한 노래였어!
내 몸을 던져 버리면 내 영혼 만큼의 동그라미가 그려질까?
물을 볼 때마다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지.
- 허영만 <사랑해 -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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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깨달은 사실이란,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은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야 매우 다양하겠지만,
결국 그들은 죽고 싶어한다는 것.
이제는 추억따위가 되버린 사랑 때문일 수도 있고,
과거의 역겨운 기억이 뇌리에 남아 지속적인 구토를 유발하기도 한다.
현재의 따가운 삶과 살을 파고드는 생활고, 경쟁, 압박이 힘들다고 호소하며,
미래의 부담감과 잘못 선택한 삶에 대한 회의가 머리를 누른다.
혹은, 나와 같이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결국 그들은 단지 죽고 싶어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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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면 지금 실행하라.
"특별히 원하는 방식이라도 있나요?"
- 김영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목 매달기? 동맥 긋기?
투신? 질식사? 익사? 당장 대답할 수 있는가?
대답할 수 없다면 당신은 정상이다.
적어도 당신이 지금처럼 산다면 자살할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나도 당신도 결국은 겁쟁이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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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지 못하는가,
일차적 이유는 두려움이다.
죽는다는 것이 무섭기 때문이다.
그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냈을 때, 이차적 이유가 생긴다.
왜 사는가?
왜 사는가...
외상값.
- 황인숙 <삶>
즉,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외상값이다.
가깝게는 가족, 멀게는 어린날의 동창까지 생각해내게 되어
머뭇거리게 만드는 힘, 바로 외상값이다.
때문에 힘들다고 칭얼대는 새끼들은 죽지 않는다.
그 새끼들은 결국 더욱 많은 외상값을 바랄 뿐이다.
결코 값으려고는 생각치도 않는다.
즉, 죽으려는 사람이 태도가 바뀌는 이유는 이와 같다.
죽기 전까지는 자신의 외상값을 최대한 값는 것이
나중에 자살을 시도할 때, 걸림돌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이차적 이유까지 극복한 사람들이 자살의 방법까지 정하게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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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랬다.
결국 나도 빚진 인생이었다.
더군다나 너무도 많은 빚을 져버렸기에 나는 나의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는 등 뒤에서 미미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쓰러지는 쪽으로 핸들을 꺽었어.
이제 페달을 힘차게 구르기만 하면 어디로든 가버리겠지."
- 김영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나 역시 그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빚진 사람들은 나의 부모님 둘 뿐,
그 두분이 내게 만족하고, 행복하게 내 곁을 떠나신 후에.
그때는 더 이상의 고민없이 페달을 밟을 것이다.
이미 방법과 시기도 대충 정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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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뛰어 내릴 것이다.
투신! 그만큼 매력적인 자살을 없다고 생각한다.
고통의 시간도 짧을 뿐 아니라, 방법적인 면에서도 매우 간편하다.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나의 죽음을 내가 느끼고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평소에 늘 번지점프가 하고 싶다.
후에 겁먹을 필요도 없고 익숙해지면 느긋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테니까.
(아니면 패러글라이딩이라도 -_-;)
그 날을 아직도 난 기다리고 있다.
I believe I can 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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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매력.
세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죽음이 감히 우리에게 찾아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 비밀스런 죽음의 집으로 달려들어 간다면 그것은 죄일까?"
- 김영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역시 죽음의 일차적 욕구는 호기심이다.
그 시기가 지난 사람들은 신에 대항하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
세계 어느 종교에서나 자살은 '금기'다.
어느 누구도 신이 인간에게 자살까지 명한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신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인 자살이 끌리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 얘기가 아닐까?
추가로, "이유? 아무것도 없어.
자살하는 사람이 무슨 거창한 이유를 가지고 그러는 거 같지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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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려는 사람을 막을 수 있는가?
어줍잖은 방법으로는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이미 단계를 모두 극복한 사람이라면 종교따위도 쓰잘데기 없다.
그래도 붙잡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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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말한다.
"그 충동을 어떻게 억눌렀어?"
남자가 대답한다.
"그 대신 당신 가슴에 뛰어든 거야!"
- 허영만 <사랑해 - 409>
그를 붙잡고 싶다면, 그녀를 돌이키고 싶다면,
당신이 바다가 되어라,
죽음밖에는 선택하지 못하는 그의 답안에 자신을 써 넣어라.
상대가 죽음이 아닌 자신에게 뛰어 들어오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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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언제 썼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예전에 어떤 병신 삼돌이 같은 새끼가 수면제 쳐먹고,
지 보드에 나 죽어요~ 라고 지껄여 놓은 글을 보고는 홧김에 쓴 것 같기도 하다.
죽는다는 것.
아직 고민을 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왜 실행할 수 없었는가.
무엇이 나를 막았는가.
나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너나
나나
지금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