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덕훈 씨는 비웃겠지만, 나도 왜 그런지 잘 이해가 가
진 않지만, 고생이라곤 별로 해보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길에서 객사하는 거야. 밤새 술을 마시고 해가 뜨기 직전에 거리에서
잠들고는 다시는 눈을 뜨지 않는 것."
"그런 게 어떻게 꿈이 될 수 있어? 꿈을 바꿔."
또다시 그녀는 내 말뜻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했다.
"그러니까 덕훈 씨는 나하고 연애만 해. 그러다가 좋은 여자 생기면
그 사람하고 결혼하도록 해."
- 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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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요즘 따라 죽음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하긴 했지만,
아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그렇게 다정하게 느껴진 건지도.
===
< 죽음 - 1 >
자살 [自殺, suicide]
행위자가 자신의 죽음을 초래할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생명을 끊는 행위
- 네이버 백과사전
내가 가장 처음으로 죽음을 생각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때,
여름에 불교관련 캠프를 갔다온 뒤 받았던 책 한권은,
나를 죽음이라는 호기심의 세계를 선물했고,
받은 선물은 바로 내용물을 확인하는 성격의 나는 확인을 하고 싶었다.
내 첫 자살시도.
아버지의 넥타이를 목에 감은 뒤,
양손으로 힘껏 당겼다.
피가 통하지 않게된 뇌는 온몸의 통제가 불가능 했고,
결국 난 손에 힘이 풀렸다.
정신을 잃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잠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깨어나서 처음으로 느낀 것은,
인간은 지 혼자서는 죽지도 못하는 나약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
< 죽음 - 2 >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쯤인가.
지독한 염세주의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 광활한 우주에 아무것도 아닌 작은 것, 그중의 나.
살아서 뭐하나.
차라리 죽으면 혼이라도 남아서 아무것도 구속하려 하지 않을 텐데.
어머니는 내 마음을 돌려보고자 갖은 설득을 하셨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맘 고쳐먹은 이유는 단 하나.
이왕 죽을 거.
죽기위해 태어난 거.
죽기 전까지 내게 선택된 시간을 모두 써보자.
죽은 후에 뭐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고
내가 먼저 죽는다고 죽은 후가 더 멋지다는 보장도 없다.
멋지게 죽어가는 거다.
bravo, my life다 ㅆㅂ
=
< 죽음 - 3 >
이 시대에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에게는 단 두 가지의 길이 있을 뿐이다.
창작을 하거나
아니면, 살인을 하는길
- 김영하,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사람들은 유명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연구해서 업적을 쌓던, 돈을 벌어 이름을 날리던, 정치를 하던.
심지어 연쇄살인범의 목적이 관심을 받고 싶어서라는 결과도 있다.
아무것도 없던 나는
유명해 지기 위해 살인을 하기로 했다.
단,
다른 누군가를 죽이지 못했던 나는
나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지하철에 뛰어드는 나를 상상했었고,
옥상에서 떨어지는 나를 상상했었고,
물에 빠져 죽는 나,
불에 타서 죽는 나,
칼을 맞아 죽는 나,
숨이 막혀 죽는 나,
상상속에서 나는 무수한 나를 죽였다.
때문에 나는 평소에도 어떤 장소에 있던, 어떤 상황에 있던,
나를 죽여보는 것이 취미이다.
바로 얼마 전 쇼캠 연습때 놀러가서도 학생회관 3층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를
상억이한테 물어보기도 했다.
(근데 이 상상은 1학년 때부터 쇼캠하러 올라가기만 하면 떠올랐다. -_-; )
어디부터 떨어지면 가장 기분이 좋을까?
-
< 죽음 - final >
그래서 요즘 난
나의 죽음을 선택하고 싶어진다.
후에 내가 죽을 때가 되었을 때, 이제는 죽어도 아쉽지 않을 때,
난 어딘가 높은 곳에서 날고 있지 않을까?
내 죽음을 바라보면서 죽는다는 것.
죽는 시간, 죽는 장소, 죽는 방법을 고를 수 있다는 것.
신이라는 새끼가 주어진 운명따위는 갖다 버린
인간 스스로의 선택.
그것이 바로 자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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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내가 자살하려는 거 아니냐고 묻지마라 -_-;;
난 나 때문에 누군가 슬퍼하는 거 좋아라 하지 않는다.
후에 부모님 먼저 가시고,
내가 죽어도 아무도 슬퍼할 이유가 없을 때,
그때 죽을꺼니까.
그러니
내 걱정 말고 너나 잘 하세요.
P.S. 이미지를 찾으려고 했는데 맘에 드는 게 없더라.
다들 손목에 조금 긋고는 피 찌질거리는 사진이나 있고,
그나마 좀 내 생각과 비슷한 이미지를 구했다.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이 손들이 왠지 편안하게 느껴져서...............
P.S.2 혹시 우리 고등학교 때,
유명했던 D고 이야기 기억나?
나 그때 '구데기'란 말 참 맘에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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