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궁금합니까?]2019. 9. 4. 22:13

근황

요근래 그간 만나뵙지 못했던 많은 분들께 밥을 얻어먹고 있습니다.
뒤늦게 왜 공부를 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
대화하면서 정리된 생각들을 끄적여보려 합니다.

 

1. 그냥 죽기 전에 박사소리 들어보고 싶었어요.
뭘 할지를 결정할 때는 항상 죽을 것을 염두해둡니다. 만약 내가 3개월 후에 죽는다면, 3년 후에 죽는다면, 30년 후에 죽는다고 가정하면, 지금 내가 뭘하면 그 때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혹은 미래의 나와 대화해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여러길을 걸어간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나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 지 가상으로 생각해보는 거죠. 작년 이맘때, 저는 각자의 길을 간 나녀석들은 내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죽기전에 치열하게 공부 좀 해보라고요. 자의로 치열하게 사는 것과 회사가 시켜서, 가족이 원해서 치열하게 사는 것은 다르다고요. 
물론, 어짜피 죽을 거 해보고 싶었던 거 다하고 죽으란 얘기가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질렀어요.

 

2. 지금은 힘들지만 아무도 부럽지 않아요.
내가 뭘 하고있는 걸까란 생각이 들 때는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던 나녀석들을 모아 대화를 합니다. 다들 어찌사는지 물어보고 지금의 나와 비교해보는 거죠. 의대를 가서 의사하는 놈, 취업안하고 공부해서 박사하고 있는 놈, 로스쿨 지원한 놈, 대기업 취업하고 결혼한 놈 등등을 모아 어찌살고 있는지 물어봅니다. 물론 개중에는 막사는 놈, 헛짓하다 실패해서 갈 곳 없는 놈들도 포함합니다. 
잘된 놈, 못된 놈 많은데 다행히 부러운 녀석은 없습니다. 지금 일단은 하던 짓 계속하며 견뎌보려 합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하고 싶은 짓하면서 살기가 어디 쉬울까요. 인생 한 번뿐이라기에 다시 살 순 없으니 여러 인생을 동시에 살아보고 싶은 욕심인 것 같습니다. 
뭐... 아무튼 행복한지는 모르겠지만 불행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3. 한 번 사치를 부려보고 싶었어요.
요새 많이 듣는 소리중에는 얼굴 좋아졌네....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육체적으로 힘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체력이 저질일 뿐.... 곰곰이 현재의 나를 평가해보면 지금 저는 그간 모은 돈을 써대며, 나중에 도움이 될 지 안될지도 모르는 공부를 하며 시간도 버리고 있습니다. 그저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요.... 근데 전 돈도 없고, 딴 짓도 많이해서 여유있는 나이도 아닙니다. 
이 표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네요... 돈 없는데 비싼 거 사고먹고, 쓸모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하고 싶으니 지르고... 네, 저는 지금 사치를 부리고 있습니다. 아니, 사치보다는 허세와 허영에 가깝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동안 그렇게 아둥바둥 살았던 게 지금 이렇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자산 탕진하고 싶어서였나 봅니다. 
알면서도 아직은 계속 하고 싶은 거 보니 이생망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뭔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질러보고 싶었어요.
망해도 굶어죽진 않겠지, 그러다 늙으면 죽지 뭐....이러고 있네요.

 

좀 더 생산적이려면, 걍 운동이라도 다시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러고 사는 제가 만나고 싶으시면 연락 주세요.
제가 연락을 드리기는 하는데, 뭔가 자꾸 잊어먹습니다. 
어떻게 사는지들 궁굼하기도 하네요.

 

2016년도 절반이 지났습니다. 남은 반년도 즐겁게 보내시길~ 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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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osenvex